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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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양성진 / 19일의 금요일novel 2021. 5. 28. 18:44
* 예전에 다른 사이트에 올렸던 글 재업로드* 효성진이 모종의 이유로 뱀파이어가 됩니다 여느 때처럼 설양과 함께 야렵을 나간 효성진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상화를 검집에 집어넣으며 설양을 불렀다. 더 늦기 전에 돌아가자, 그리 말하며 뒤로 도는데 별안간 설양이 다급하게 외쳤다. 효성진! 옆에! 그에 효성진은 근처에 주시가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검에 대해 의아해하며 풀이 밟히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상화를 찔렀다. 다행히 주시의 몸에 정확히 박혀 든 것인지 핏방울이 날을 따라 흘러내려 효성진의 손에 닿았다. 아침에 찢어진 장바구니를 고치다가 실수로 베인 손가락의 상처에까지 닿자 그는 곧장 검을 빼냈다. 꺼림칙한 느낌에 손을 만지작거리자 근처로 다가온 설양이 물었다. “왜 그래? 어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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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양성진 / 1126611novel 2021. 5. 23. 21:41
* 본편 + 외전 * 이전에 타 사이트에서 올렸던 글 재업입니다 4월의 낮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어 더운 축에 속했다. 침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설양은 티셔츠를 펄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묵직한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봄바람이 틈새로 들어와 땀을 흘리는 몸을 식혔다. 잠시 그 앞에 서 있는데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서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와 같은 기숙사 방을 사용하는 이는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순식간에 방안이 벚꽃의 향으로 가득 차는 듯했다. 꽃향기도 오랫동안 맡으면 마약을 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워진다고 했었나, 설양은 괜스레 두통이 밀려오는 것 같아 인상을 찌푸리며 일부러 자신의 룸메이트를 볼 수 없는 각도로 몸을 돌렸다. 이틀 뒤인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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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양성진 / 我的星 (2) - 完novel 2021. 5. 2. 01:24
별에게 묻고 싶다. 나로 인해 매 순간이 행복했는지를. 나는 어두운 하늘을 비춰주는 당신 덕분에 기쁨 없이 버티기만 하던 인생에서 선선한 밤바람을 얻었는데, 당신도 그러했는지를. 스승과 마찬가지로 설양의 글은 팔리지 않았지만, 그는 연필을 놓지 않았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의 문예지에 실리는 적은 분량마저도 사랑해주는 독자가 곁에 있었으니 설양은 기꺼이 문자들을 적어 내려갔다. 품이 큰 가디건을 몸에 걸치고 가만히 앉아 낡은 책장을 넘기는 효성진을 보고 있으면 차오르는 욕망을 풀어낼 수단으로는 그만한 것이 없었다. ‘마당에 피어오른 수선화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투명한 이슬을 머금은 하얀 꽃잎이 반짝였다. 굶주림도 잊은 채 시선이 빼앗겨 있으면 어느덧 다가온 새벽 찬바람이 당장이라도 꽃의 줄기를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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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양성진 / 我的星 (1)novel 2021. 4. 19. 17:40
가난한 문학인의 말로란 비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나의 별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내 하늘을 빛내고 있다. 효성진은 검소한 인생을 살아왔다. 작은 문예지 하나에만 비정기적으로 글을 싣는 이가 받는 인세는 보잘것없었지만, 설령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여도 그는 그때와 다른 삶을 살진 않았을 것이다. 효성진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미뤄왔던 일이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간단했다. 평생 지녀본 것이라고는 만년필과 원고지가 전부인 사람 같았다. 즐겨 읽던 소설과 시집들은 전부 죽기 전 설양에게 선물로 주었으니 사실상 그의 물건이라고는 펜 한 자루와 종이 몇 장이 전부인 게 맞았다. 글자 하나라도 잘못 쓰면 곧장 새것으로 바꾸는 습관 때문인지 원고지는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 ..